고유지진(固有地震, characteristic earthquake)은 특정한 단층에서 거의 비슷한 간격과 규모로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발생하는 지진을 말한다. 고유지진은 각 지진의 진원역과 규모, 지진파형까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유사지진(일본어: 相似地震)이라 부르기도 한다.
지진은 지구의 지각 내에서 거의 무작위적으로 발생한다고 여겨지지만, 고유지진처럼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거의 동일한 진원역과 규모의 지진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는 학설을 고유지진설이라고 부른다. 현재 지진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규모 M6-7을 넘는 대지진의 경우 대부분 고유지진으로 보고 있다.
고유지진의 유무는 지하 특정 장소의 지진 기록을 조사하면 알 수 있다. 특정 장소의 지진 모멘트와 규모의 그래프(M-T 그래프)를 시계열로 분석하고 그래프에 일정한 간격으로 증가하는 부분이 있으면 이를 고유지진으로 볼 수 있다. 고유지진은 주로 규모 M6-8의 중대규모 지진인 경우가 많지만, 규모 M2-4 정도의 미소지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고유지진으로 일본 이와테현 가마이시시 해역 태평양 방면 북위 39-40도, 동경 141-142도, 깊이 약 50 km 부근에서 약 5.5년 간격으로 발생하는 규모 M4.8 정도의 지진을 예로 들 수 있으며, 1957년 이후 약 10차례 이상 발생이 확인되었다.[1]
고유지진이라는 개념은 20세기 중반부터 다소 다른 형태로 제시되었다. 월레스(Wallace, 1970년), 마츠다(1975년), 세흐의 1981년 제시한 특이지진모델(uniform-earthquake model), Wesnousky et al.가 제시한 1983년 최대지진모델(maximum-earthquake model), Schwartz와 Coppersmith가 1984년 제시한 고유지진가설(characteristic earthquake hypothesis) 등이 그 예시이다. 경험적으로 피해를 주는 지진이나 규모 M6-7 이상의 대지진이 고유지진으로 분류하기 쉽다고 여겨지며 위에서 예시로 들은 가마이시 해역 지진과 같은 규모 M5 정도의 고유지진은 드물다. 하지만 규모가 작아 지진 발생 간격도 짧아 연구에 매우 적합해 자주 연구 대상이 되는 지진이다.
고유지진이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유력한 지진 발생 모델인 애스패리티 모델에 따르면 고유지진의 진원역이 되는 영역 주변에는 반드시 축적된 영역을 짧은 주기로 빠르게 방출하는 영역인 전이영역이 발생한다. 전이영역에서는 미소지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비지진성 미끄러짐이 발생해 응력을 주기적으로 방출하고 있다. 한편 이에 둘러싸인 진원역만이 응력이 계속 쌓이는 영역, 즉 고착영역이 된다. 애스패리티는 그 구조상 강한 고착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지진이 일어나지 못하고 응력한계에 도달해야지만 지진을 일으켜 응력이 해소된다.
고유지진에서는 발생 장소나 규모 외에도 단층이 미끄러지는 방향이나 단층각과 같은 발진기구해, 지진동의 파형도 거의 비슷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같은 단층에서 비슷한 기작으로 지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유지진의 원인과 관련해 밝혀지지 않은 문제도 존재한다. 연동형지진이 대표적인 예시인데 도카이·도난카이·난카이 지진의 단발형이나 간토 대지진-겐로쿠 지진 연동형 사가미 해곡 거대지진의 경우 단발성 지진의 발생 간격의 수 배 간격으로 연동형 고유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원인은 연구가 진행중이다. 또한 난카이 지진 등 발생 기록이 남아 있는 고지진의 발생 간격이 매우 불일치한 원인에 대해서도 연구중이다.
일반적으로는 구텐베르크-릭터 법칙에 따라 규모가 커질수록 지진 발생 빈도는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는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2] 고유지진의 경우 이 관계식에서 벗어난 최대 규모 지진이 존재한다. 따라서 고유지진이 존재하는 지역에서 관계식을 계산하면 실제 관측 횟수는 고유지진을 제외하면 이보다 더 적어진다. 1970년 월레스의 정의에 따르면 단층의 장기변위량을 D, 단층의 장기변위속도를 C, 단층 크리프 변위속도를 S라고 했을 때 고유지진의 재현기간 R은 아래와 같다.
현재는 위의 정의를 사용한 식에다가 지질조사를 통해 얻은 추정 변위를 적용해 대지진의 발생 간격을 어느 정도 예측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해구형지진 외에도 단층지진의 확률론적 발생 예측도 위의 원리를 사용한다.
대표적인 일본의 고유지진으로 도카이-도난카이-난카이 지진이 있으며 단독지진으로는 약 M8.0의 규모로 약 100-150년 간격으로 발생하는 고유지진이다. 이 외에도 일본 주변 지역에서 발생하는 M7-8급 해구형지진은 거의 모두 고유지진이다. 도카이-도난카이-난카이 지진처럼 판의 섭입대 자체가 지형에 따라 3개의 세그먼트로 나누어져 진원역이 자연적으로 구분되는 지역도 있고, 진원역이 불분명해 고유지진이 존재한다고 추정되지만 이를 정확하게 분류할 수 없는 지역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