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녀 (전설)

잠녀(蠶女)는 중국 전설 중 하나로, 가죽과 융합한 소녀가 누에로 변신해 세상에 을 가져왔다는 전설이다.

중국에는 예로부터 견과 누에에 얽힌 전설들이 존재해 왔는데, 전국시대순황이 쓴 『순자』 「부편」에는 누에의 신체는 유연하고, 머리는 말과 비슷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산해경』 「해외북경」에는 "구사지야(歐絲之野)"라는 곳에 한 여자가 꿇어앉아 나무를 붙잡고 실[絲]을 토해낸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예로부터 견의 산지로 유명했던 촉 땅(오늘날의 사천성)에는 고대의 촉왕 잠총이 양잠을 사람들에게 가르쳤다는 전설이 있었다. 이런 전설들이 결합되어 탄생한 것이 잠녀 전설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수신기』

잠녀 전설의 가장 오래된 형태는 동진간보가 쓴 『수신기』에 기록되어 있다.

옛날 어느 집의 아버지가 전쟁에 동원되어 집에 그집 딸과 말만 남았다. 딸은 아버지가 그리운 나머지 말에게 “만일 아버지를 데리고 돌아온다면 네 아내가 될 거야”라고 말했고, 말이 곧 아버지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자초지종을 알게 된 아버지는 노발대발하여 말을 쇠뇌로 사살하고, 그 가죽을 벗겼다. 그 뒤 딸이 말가죽을 걸어 말리는 곳 곁을 지나갈 때 말가죽이 갑자기 튀어올라 딸을 휘감고 집에서 뛰쳐나갔다. 며칠 후 딸이 발견되었을 때는, 딸은 말가죽과 하나가 되어 큰 나무의 가지 사이에서 누에로 변신해 실을 토하고 있었다. 그래서 누에가 먹는 나무를 죽을 상(喪)과 음이 같은 뽕나무 상(桑)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태평광기』

북송이방이 책임지고 편찬한 관찬서인 『태평광기』에는 『수신기』와는 다소 다른 잠녀 전설이 전한다. 『태평광기』는 고금의 책에서 인용집성한 책으로, 여기 실린 잠녀 전설도 『원화전습유』라는 책에서 인용한 것이다.

곡임금 시절 촉 땅에는 군왕이 없어서, 여러 일족이 서로 다투고 있었다. 어느 딸의 아버지도 이 싸움에서 포로가 되어 1년 이상이 경과했다. 딸의 어머니는 일족의 남자들에게, 남편을 구해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딸을 시집보내겠다고 말했지만 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의 말이 고삐를 풀고 집을 뛰쳐나가, 며칠 후 아버지를 데리고 돌아왔다. 어머니가 놀라 아버지에게 약속을 털어놓자, 아버지는 “인간을 짐승에게 시집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말이 날뛰자 아버지는 활로 말을 사살하고 가죽을 벗겼다. 며칠 뒤 딸이 말가죽 옆을 지나갈 때 말가죽이 딸을 휘감아 사라졌고, 열흘 뒤 누에로 변한 딸이 발견되었다. 이에 그 딸을 잠녀라고 부르게 되었다. 부모는 매우 슬퍼했는데, 돌연 하늘에서 딸이 그 말을 타고 강림하여, 천상에서 자신을 선빈(仙嬪)으로 삼아 장생하게 되었다고 부모를 위로했다고 한다.

사천의 마두랑 신앙

『태평광기』가 인용한 『원화전습유』에는 위 이야기에 이어서, 잠녀 유적이 광한에 존재하며, 매년 십방면죽덕양의 사람들이 찾아와 궁관에 있는 소녀상에 말가죽을 입히고 “마두랑”(馬頭娘)이라 부르며, 뽕과 누에를 놓고 비는 의식이 있었다고 한다. 또 잠녀의 사당과 무덤이 덕양에 있었다고 알려졌지만, 청나라 때 홍수로 수몰되었다고 동치 13년(1847년) 편찬된 『덕양현지』에 전한다.

같이 보기

참고 자료

  • 袁珂 著/鈴木博 訳『中国神話・伝説大事典』(大修館書店、199年) ISBN 978-4-469-01261-3 「蚕女」「蚕女廟」「蚕馬」「馬頭娘」の各項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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