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성 세균성 복막염(spontaneous bacterial peritonitis, SBP)은 뚜렷한 감염원이 확인되지 않는데 복막에 세균이 감염되는 질환을 말한다.[1]복막액의 부피가 증가하여 복수가 차 있을 때, 복수가 감염되어 염증이 생기는 경우를 특별히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이라고 한다.[2] 복수가 생기는 가장 흔한 원인은 간경변증의 합병증이다.[1]신증후군 환자에서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이 생기기도 한다.[3][4]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5]
SBP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복막천자를 통해 복강 안에 들어 있는 복막액을 얻어야 한다.[6] 복막액 내에 호중구가 250/µL보다 많이 존재한다면 감염이 있는 것으로 진단하여 배양 검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항생제를 투여한다.[7] 항생제에 더해 알부민도 함께 투여되는 경우가 많다.[7]
콩팥의 기능 이상과 간의 기능 부전이 나타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간신증후군 등이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에 의해 촉발될 수 있다.[8][9] SBP 환자의 약 30%에서 콩팥의 기능 장애가 발생하며, 이는 SBP 환자의 사망률을 예측하는 강력한 지표 중 하나이다. 콩팥의 기능 장애가 발생하는 소견이 관찰될 경우 알부민을 함께 투여한다.[10]
진균의 감염에 의해 자발성 진균성 복막염(spontaneous fungal peritonitis, SFP)이 발생하기도 하며, 세균 감염과 간혹 동반되기도 한다.[11]
증상과 징후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의 증상과 징후에는 발열, 오한, 구역질, 구토, 복통, 복부의 압통, 전신의 권태감, 의식저하, 복수의 악화 등이 있다.[1] 환자의 13% 정도에서는 아무 증상과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다.[12] 급성이나 만성 간부전에서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은 간성 뇌증의 주된 촉발 요인이며, 만일 간성 뇌증이 생긴 환자에서 다른 명확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SBP를 의심해 볼 수 있다.[10]
증상은 자발성 진균성 복막염에서도 비슷하여 감별진단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진단이 늦어지면 적절한 항진균제 사용도 지연되어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11]
원인
SBP는 그람 음성균인 대장균(E. coli)이 가장 흔한 원인균이며, 그 뒤를 클렙시엘라(Klebsiella) 세균들이 따른다. 그람 양성균 중 흔한 원인균으로는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장내구균(Enterococcus) 등이 있다.[13] 원인균 중 그람 양성균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7][13]
자발성 세균 감염을 항생제로 치료한 뒤 자발성 진균 감염이 종종 뒤따라 발생한다.[11] 항생제를 사용할 경우 장내미생물군에서 진균이 과도하게 많아져 복강 내로 전위될 수 있다.[14][11] 진균의 크기는 세균보다 훨씬 크지만, 간경변증 후기의 환자들에서는 장 투과성이 증가한 상태이기 때문에 진균이 전위되기 쉬워진다.[11] 자발성 진균성 복막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칸디다속의 진균으로, 특히 그 중에서도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로 인한 경우가 가장 많다.[14]
중증의 급성 또는 만성 간질환 환자는 보체계가 결핍된 경우가 종종 있으며, 호중구와 망상내피계 등의 기능 장애가 있는 경우도 있다.[20]
복수 단백질 농도가 1g/dL 미만인 환자는 그보다 농도가 높은 환자에 비해 SBP의 발생률이 10배 높은 것으로 밝혀져 있다.[21] 복수가 가지는 옵소닌으로서의 항균 활성은 복수의 단백질 농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여겨진다.[22]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복수 단백질 농도가 SBP의 첫 번째 발생을 예측하는 데에 가장 좋은 인자라는 것이 확인되었다.[20]
신증후군의 경우, SBP가 소아에서는 자주 발생하지만 성인에서는 아주 드물게 발생한다.[23]
진단
복막의 감염은 염증 반응을 일으켜 복막액 내의 호중구 수를 증가시킨다.[5] 복막액을 세침흡인하는 복막천자를 통해 SBP를 진단하는데, 복막천자 결과 호중구가 250/mm3 또는 250 x106/L보다 많은 경우 진단이 가능하다. 이때 다른 내부 장기나 위장관 천공 등 호중구 수를 증가시킬 수 있는 다른 이유가 없어야 한다.[1][10] 이때 딥스틱 검사나 자동세포측정기를 통해 복수 감염의 조기진단율을 높일 수 있다.[24]
세균을 동정하기 위해 복막액에서 배양을 실시할 수 있다. 무균 용기에 담아 표본을 보냈을 때, 표본의 약 40%에서 원인 미생물이 동정된다. 표본을 배양 배지가 담긴 병에 담아 보내는 경우 검사의 민감도가 72~90%까지 올라간다.[10]
예방
모든 간경변증 환자는 다음의 조건을 만족할 시 항생제 (경구플루오로퀴놀론인 노르플록사신) 사용으로 이득이 될 수 있다.
복수 단백질 <1.0 g/dL.[21] 복수 단백질이 15 g/L 미만이고, 차일드-푸 점수가 9점 이상이거나 콩팥 기능이 손상된 환자도 이득이 될 수 있다.[25]
간경변증 환자에서 리팍시민을 사용한 연구에서는 리팍시민이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9][28]
치료
항생제
간경변증 환자의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3세대 세팔로스포린이 표준적인 경험적 항생제로 사용된다.[29] 임상에서는 SBP의 치료 약제로 세포탁심을 사용할 수 있다. SBP가 확인된 후에는 대개 경과 관찰을 위해 입원하도록 하며 정맥 주사로 항생제를 투여한다.[30] 세포탁심을 대체하여 세프트리악손, 세포니시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24]
간신증후군으로 진행 가능한 콩팥 기능 이상의 위험이 있을 경우, 정맥으로 알부민을 대개 투여한다. 감염이 잘 조절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48시간 뒤에 복막천자를 다시 실시할 수 있다. SBP에서 한번 회복한 뒤에는 예방적 항생제가 권장된다[10]
위장운동촉진제
항생제에 위장운동촉진제를 추가하여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발생률을 낮출 수 있는데, 이는 소장 세균 과다증식을 줄이기 때문일 수 있다.[31]
정맥 알부민
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CT)에서는 입원 당일과 3일째에 정맥 알부민을 투여하여 콩팥 손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32]
역학
복수가 있는 환자 중 루틴으로 복막천자를 받은 경우, 활동성 SBP의 유병률은 입원 당시 10~27%로 집계되었다.[33]
역사
1964년 해럴드 O. 콘 (Harold O. Conn)이 처음으로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에 관하여 기술하였다.[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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