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공화제 (議會共和國, 영어: Parliamentary republic)은 의원내각제에 입각한 공화제로, 행정부 (정부)가 입법부 (의회)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고 책임을 지는 체제를 말한다. 의회공화제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존재하나, 대부분의 경우 정부수반과 국가원수를 분명히 구분하고, 그 중 정부수반에게 실권이 돌아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원수가 당파를 가리지 않은 일종의 '심판'으로서, 특정 정치적 상황을 대비한 권력을 부여받고 재량에 따라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경우도 있다.[1][2] 또 대통령제처럼 국가원수와 정부수반의 역할을 병합하면서도 의회 권력에 종속되도록 한 사례도 존재한다.
대통령제나 준대통령제를 채택한 공화국과 달리, 의회공화국의 국가원수에게는 행정권이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만 '예비 행정권' 내지는 그 이상의 권력을 가진 사례도 존재). 이렇게 국가원수에게 돌아가지 않은 권력은 보통 총리라 부르는 정부수반에게 부여된다.[1][2]
의회공화국 중에서도 국가원수의 임기가 의회 임기에 달려 있는 경우에는 정부수반과 국가원수를 합쳐 하나의 직책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있다 (예: 보츠와나, 마셜 제도, 나우루, 남아프리카 공화국). 총리와 대통령의 두 직책이 '대통령'으로 합쳐지는 셈인데, 이름은 대통령이라고는 하지만 선출은 여전히 의원내각제 의회에서 총리 뽑듯이 이뤄진다. 원내 제1당 대표, 원내 제1정당연합의 대표가 대통령직에 오르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국가원수도 법적으로 통상적인 정부 운영을 수행할 수 있는 행정권을 부여받도록 한 나라도 있는데, 오스트리아나 아이슬란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관례로 남아 있고, 설령 행사하더라도 의회나 정부수반에게 조언하려는 의도에서만 행사하게 된다. 이런 경우는 의회공화국이면서도 준대통령제를 의회제 하에서 운영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역사
오늘날 의회공화국은 기존에 의회체제를 갖췄던 입헌군주국 출신 국가인 경우가 많다.[3]이탈리아의 경우 본래 입헌군주국이었으나 1946년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제를 도입하면서 의회공화국이 되었다.
독일도 대표적인 의회공화국으로 꼽힌다. 1919년 바이마르 헌법 채택으로 수립된 바이마르 공화국 체제에서는 대통령제의 영향으로 대통령의 행정권이 다소 남아있는 이원집정부제였으나, 패전 후인 1945년 독일연방공화국 건국과 함께 대통령직은 행정권을 상실하고 완전한 국가원수로 남게 되었다.
프랑스는 1870년 보불전쟁에서 나폴레옹 3세가 패배하고 왕정이 폐지되면서 프랑스 제3공화국을 수립하며 의회공화국이 된 적이 있다. 제3공화국의 대통령은 이전 두 공화국의 대통령보다 행정권이 훨씬 축소되었다. 1940년 나치 독일의 프랑스 침공으로 제3공화국이 무너지고, 종전 후 1946년 세워진 프랑스 제4공화국도 비슷한 체제를 채택하였다. 제4공화국은 전후 프랑스의 고도 경제 성장과 더불어, 국가적 사회 제도와 산업 재건기를 누렸으며, 훗날 유럽 연합으로 실현되는 유럽 대륙의 통합에도 힘쓴 시기였다.
제3공화국 시절에 팽배했던 정권의 불안정성을 방지하기 위해, 제4공화국에서는 정부의 행정권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불안정성 때문에 정권교체가 잦아, 10년간 집권한 정부내각의 수가 총 20대에 달했다. 1950년대 들어 알제리 전쟁으로 대표되는 탈식민지화 흐름에 정부가 효과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샤를 드골이 집권하면서 제4공화국은 무너지고, 프랑스 대통령은 법령을 통한 통치권을 갖게 되었다. 이후 1958년 9월 28일 국민투표에서 새 헌법의 승인과 함께 대통령의 권력 강화가 합법화되었고, 1959년 프랑스 제5공화국이 수립되며 지금에 이른다. 오늘날 프랑스는 대통령과 내각총리가 모두 선출되어 실권을 지니는 대표적인 이원집정부제 체제로 꼽힌다.
칠레는 1891년 내전 이후 남미 최초의 의회공화국이 되었다. 그러나 1925년 쿠데타 이후 대통령제를 채택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영국은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국가이며, 과거 대영제국 시절 식민지들이 독립국이 되면서 탄생한 영연방 소속 국가들도 영국 국왕을 국가원수로 모시는 입헌군주제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들 영연방 국가 중에서 공화제를 채택하고 의회공화국이 된 사례가 나타나면서, 국왕을 국가원수로 삼지 않는 이들 국가를 영연방의 일원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가 불거졌다. 논란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1949년 아일랜드가 공화국을 선언함과 동시에 영연방에서 퇴출되면서부터였는데, 그로부터 몇 주 뒤 4월 29일 런던 선언으로 공화국도 영연방의 소속국으로 인정하기로 하면서 결론지어졌다.
이러한 영연방 내 공화국들은 기존에 총독이 대표했던 주권직을 고유의 국가원수로 대체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4], 몰타, 트리니다드 토바고, 인도, 바누아투가 대표적이었으며 가장 최근에 공화제로 전환한 바베이도스도 같은 사례에 속한다. 또 마지막 총독이 초대 대통령을 겸한 경우도 있는데,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대한민국도 1960년 제2공화국 수립으로 의원내각제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대통령은 상징적 직책으로만 남고 행정실권은 총리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되었다. 하지만 이듬해 1961년 5·16 군사 정변과 제3공화국 수립으로 강력한 권한을 지닌 대통령제를 다시 도입하여 지금에 이른다.
↑옛 이원집정부제 공화국으로, 오늘날 의회공화제로 분류된다. 애버딘대 정치학과 수석교수 데이비드 아터의 저서 "Scandinavian Politics Today" (Manchester University Press, revised 2008 ISBN9780719078538)에서 Nousiainen, Jaakko (June 2001). “From semi-presidentialism to parliamentary government: political and constitutional developments in Finland”. 《Scandinavian Political Studies》 24 (2): 95–109. doi:10.1111/1467-9477.00048.를 다음과 같이 인용하였다. "There are hardly any grounds for the epithet 'semi-presidential'." Arter's own conclusions are only slightly more nuanced: "The adoption of a new constitution on 1 March 2000 meant that Finland was no longer a case of semi-presidential government other than in the minimalist sense of a situation where a popularly elected fixed-term president exists alongside a prime minister and cabinet who are responsible to parliament (Elgie 2004: 317)". According to the Finnish Constitution, the president has no possibility to rule the government without the ministerial approval, and does not have the power to dissolve the parliament under his or her own desire. Finland is actually represented by its prime minister, and not by its president, in the Council of the Heads of State and Government of the European Union. The 2012 constitutional amendements reduced the powers of the president even further.
↑Veser, Ernst (1997년 9월 23일). “Semi-Presidentialism-Duverger's Concept — A New Political System Model”(PDF) (영어중국어). Department of Education, School of Education, University of Cologne. 39–60쪽. 2021년 4월 24일에 원본 문서(PDF)에서 보존된 문서. 2017년 8월 21일에 확인함. Duhamel has developed the approach further: He stresses that the French construction does not correspond to either parliamentary or the presidential form of government, and then develops the distinction of 'système politique' and 'régime constitutionnel'. While the former comprises the exercise of power that results from the dominant institutional practice, the latter is the totality of the rules for the dominant institutional practice of the power. In this way, France appears as 'presidentialist system' endowed with a 'semi-presidential regime' (1983: 587). By this standard he recognizes Duverger's pléiade as semi-presidential regimes, as well as Poland, Romania, Bulgaria and Lithuania (1993: 87).
↑Shugart, Matthew Søberg (December 2005). “Semi-Presidential Systems: Dual Executive And Mixed Authority Patterns”(PDF). 《French Politics》 3 (3): 323–351. doi:10.1057/palgrave.fp.8200087. 2017년 8월 21일에 확인함. Even if the president has no discretion in the forming of cabinets or the right to dissolve parliament, his or her constitutional authority can be regarded as 'quite considerable' in Duverger's sense if cabinet legislation approved in parliament can be blocked by the people’s elected agent. Such powers are especially relevant if an extraordinary majority is required to override a veto, as in Mongolia, Poland, and Senegal. In these cases, while the government is fully accountable to parliament, it cannot legislate without taking the potentially different policy preferences of the president into accou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