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金藥局의 딸들)은 박경리가 지은 장편소설이다. 1962년을유문화사에서 처음 간행되었다.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1930년대)까지를 배경으로 통영의 유지 김약국네와 그 다섯 딸의 흥망성쇠를 그려내고 있다.
줄거리
구한말, 통영 안뒤산 기슭 간창골에 김봉제 형제가 살았다. 김봉제는 관약국을 경영하며 부를 누렸는데, 선비적 성품을 지녔던 형과 반대로 막냇동생 김봉룡은 성질이 포악했다. 어느 날 봉룡은 아내였던 숙정을 사모하던 나그네를 살해하였고, 숙정은 누명을 벗으려고 비상을 먹고 자살한다. 봉룡은 야반도주했고, 남은 외아들 성수를 봉제가 거두었다. 봉룡이 살던 집은 '도깨비집'이라 불리며 불길하게 여겨졌으나 성수는 그곳에 계속 애착을 가진다. 한편 성수의 큰어머니 송씨는 성수를 미워했다. 송씨의 딸이자 성수의 사촌누이 연순은 성수를 잘 보살폈지만 몸이 약한 탓에 몰락한 양반 자제 택진과 혼인한다. 봉제가 독사에게 물려 죽고 우여곡절 끝에 성수는 가문의 후계를 잇게 된다. 약국을 물려받아 '김약국'으로 불리게 된 성수는 어장 사업으로 부를 얻고, 한실댁 탁씨와의 사이에서 딸 다섯을 낳는다.
맏딸 용숙은 일찍 시집을 갔다가 과부가 되었다. 아들을 치료해주던 병원 의사와 외도했다가 아이를 배는데, 이 아이를 우물에 빠뜨려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평판이 크게 나빠지자 김약국네는 딸을 외면한다. 이후로 용숙은 대금업 등으로 부자가 되지만 가족과는 거의 연을 끊게 된다. 셋째 딸 용란은 빼어난 미모를 가졌지만 욕구에 충실한 성품 탓에 머슴의 자식인 한돌이와 성추문을 일으킨다. 혼삿길이 막혀 결국 아편 중독자에 성 불구자인 연학에게 시집을 가게 되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보낸다. 한편 용란과 원래 혼인하기로 되어 있었던 어부 서기두는 용란을 잃은 것에 크게 분개하였다가, 용란의 동생인 넷째 딸 용옥과 혼인하게 된다. 하지만 용란에 대한 아쉬움과 용옥의 떨어지는 외모 때문에 곧 아내를 외면하게 된다.
김약국은 어장 사업을 벌였다가 선박 사고로 크게 손해를 보게 되고, 정국주의 꾐에 빠져 재산을 거의 빼앗기게 된다. 가세가 기울면서, 정국주의 아들 홍섭과의 결혼을 꿈꾸던 둘째 딸 용빈도 그 꿈을 배반당한다. 그 무렵 용란과의 추문으로 쫓겨났던 한돌이가 되돌아와서 용란과 다시 만나기 시작한다. 이에 분노한 남편 연학이 한돌이와 한실댁을 도끼로 찍어 죽인다. 사건의 충격으로 용란은 정신이상자가 된다. 용옥은 시아버지에게 겁탈당할 뻔한 뒤 남편 서기두가 있는 부산을 찾아갔다가, 타고 있던 배가 가라앉아 죽고 만다.
집안이 풍비박산난 상황에서 김약국도 위암에 걸려 죽음을 맞이한다. 용빈은 서기두에게 용란을 보살펴달라고 부탁한 뒤 용혜를 데리고 통영을 떠난다.
등장인물
김약국 일가
김약국(金藥局): 본명은 김성수(金成洙). 어머니가 자살한 뒤 암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물려받은 약국은 청산하고 어장을 경영하고 있으나 여전히 '김약국'으로 불린다. 현실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한실댁: 김약국의 처. 본명은 탁분시(卓粉施)로, 한실 부농 탁씨의 딸이다. 다섯 딸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용숙(金容淑): 김약국과 한실댁의 첫째 딸. 욕심이 많고 표독스럽다. 일찍 시집을 들었다가 과부가 되었다. 대밭골에서 아들 동훈과 살고 있다.
김용빈(金容斌): 둘째 딸. 자매 중 가장 영민하여 서울에서 여학교와 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교사가 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지만 계속해서 회의감을 느낀다.
김용란(金容蘭): 셋째 딸. 자매 중 미모가 가장 뛰어나지만, 버릇이 없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
김용옥(金容玉): 넷째 딸. 말수가 적고 신앙심이 가장 깊다. 미모는 자매 중 가장 떨어지지만 살림을 잘한다.
김용혜(金容惠): 막내딸. 김약국이 어릴 적 연순을 닮았다 하여 가장 귀여워 한다. 자매 중 유일하게 밤색 머릿결을 갖고 있다.
김용환: 김약국과 한실댁의 첫 아들. 송씨가 특별히 귀여워 하였지만, 마마(천연두)에 걸려 여동생들이 태어나기 전에 죽었다.
동훈(東勳): 용숙의 어린 외아들. 잔병치레가 많다.
이중구 일가
이중구(李重九): 김약국의 고종사촌 형. 소목장이 일을 하고 있으며 장인정신이 강하다.
윤정임: 중구의 처. 통칭 윤씨. 이중구와 금실이 좋다.
이정윤(李貞允): 중구와 윤씨의 첫째 아들. 의사로서 대구의전을 졸업하고 진주의 도립병원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