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 1973)는 스파이 영화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8번째 작품이다. 이언 프로덕션스에서 제작했고 스타 배우 로저 무어가 처음으로 가상의 MI6 요원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다. 알버트 R. 브로콜리와 해리 살츠만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 영화는 가이 해밀턴이 연출한 4편의 본드 영화 중 3번째에 속한다. 프로듀서 측에서는 시리즈의 전작에서 본드를 연기한 숀 코너리가 배역을 맡기를 바랐지만, 그가 거절했기 때문에 새로운 배우를 물색했고, 그 결과 로저 무어가 주역을 맡게 되었다.
이 영화는 이언 플레밍이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극중에서, 할렘의 마약왕으로 통하는 속칭 미스터 빅은 적대 관계에 있는 마약 부호를 시장에서 내쫓기 위해 2톤의 헤로인을 무료로 유통하려고 한다. 미스터 빅은 사실 헤로인 재배지가 목장으로 위장되어 있는 가상의 섬 산 모니크를 통치하는 카리브 해의 부패한 독재자, 닥터 카낭가의 다른 인격임이 밝혀진다. 3명의 영국 요원의 죽음을 조사하던 본드는 자연스럽게 카낭가에게 접근하게 되며, 그러면서 갱스터와 부두의 세계에 휘말리고 마약 부호의 계획을 싸워서 저지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007 죽느냐 사느냐》는 흑인의 전형화가 극에 달하던 시기에 출시되었고, 수많은 흑인 전형화의 원형과 클리셰가 영화에 묘사되고 있다. 경멸조의 인종적 욕설 ("검둥이"), 흑인 갱스터, 핌프모빌 등이 그 예시다. 이전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보이던 과대망상이 있던 슈퍼빌런에서 벗어나 이 시기에 유행하던, 흑인을 전형화하는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인 마약 밀매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영화의 무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문화적 거점인 할렘, 뉴올리언스, 그리고 카리브해 섬으로 이뤄져 있다. 또한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는 처음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본드걸이 007과 연예 감정을 싹틔우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본드 걸은 글로리아 헨드리가 연기한 로지 카버다. 영화는 상업적으로 성공했으며 평론가로부터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또한 폴 매카트니와 린다 매카트니가 쓰고 윙스가 부른 〈Live and Let Die〉가 아카데미 주제가상에 후보로 올랐다.
배역
로저 무어: 제임스 본드 - 3명의 동료 요원의 죽음을 추적하는 임무가 맡겨진 영국 요원.
야펫 코토: 닥터 카낭가, 미스터 빅 - 마약왕까지 겸임하고 있는 카리브 해의 부패한 수상.